신해량은 난감했다. 전날 인간의 수명 이야기가 충격이었는지 이번에는 들어오자마자 자라고, 자신이 침상 머리맡에서 지키며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하는 박무현 때문이었다. 베개 머리맡 이야기를 들을 나이는 진작 지났다. 게다가 이 청룡이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인지는 몰라도 잠이 오기는 커녕 머리가 아파서 오던 잠도 달아날 거 같았다. 게다가 신해량은 누가 볼 ...
차를 몇잔 더 주고 받으며 신해량은 박무현에게 여러가지를 물었다. 이곳은 어디에 있는 건지, 얼마나 넓은지, 왜 해는 없는 건지, 박무현이 연습한다고 했는데 비가 막 내려도 계곡이 넘치지는 않는 건지. 하지만 대답은 하나같이 불분명했다. 박무현이 설명에 재주가 없다기 보다는, 그가 인간에 대해 너무나 모르기에 용에게는 당연한 상식을 인간의 눈높이에 맞춰서 ...
박무현은 이제야 제대로 된 손님 대접을 할 수 있겠다며 신이 나 길을 나섰다. 그들이 있던 곳은 기암괴석들이 늘어선 협곡의 초입이었는데, 박무현이 몸을 돌리자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길이 나타났다. 암벽을 옆에 끼고 난 험한 길을 따라 박무현이 걸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신해량은 새삼스레 눈 앞의 존재가 기이하여 그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쳐다봤다. 발끝을 가릴만...
커튼이 확 걷어채지는 소리에 신해량은 눈을 떴다. “헐. 아직 자고 있었어요?” 서지혁이 경악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빛에 신해량은 미간을 찌푸렸다. “몇 시지?” “6시입니다. 식당에 없어 설마 했더니.” 세상 별일 다 본다는 표정과 목소리로 서지혁이 종알댔다. 신해량은 몸을 일으켰다. 핑 하고 현기증이 돌아 이마를 짚으며 멈칫하자 서...
호위 업무란 본질적으로 아이 보기와 똑같다. 둘 다 대상이 아무 것도 모르는데 고집은 세고 손이 많이 간다. 안전을 위해 점검해야할 건 엄청나게 많은데, 항상 예상 못한 데서 사고가 발생한다. 이쪽에서 먼저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저쪽에서 움직이는 걸 예상하며 방비해야하는 점에서 아주 지루하고 귀찮은데, 대상들은 별 고마움을 느끼지도 않는다. -라고 서지혁이 ...
*어바등 완결 후 외전 상황의 어느 시점입니다. *이글은 전부 킹갓존잘 라떼님의 그림덕에 나왔습니다. 소원씨가 주문했다고 했는데. 퇴근하다 택배 연락에 다시 돌아온 박무현은 하품을 삼키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문 앞에 그가 찾던 상자가 있었다. 치과 문을 다시 열고 들어간 박무현은 접수대의 필통에서 칼을 꺼내 택배 상자의 포장을 뜯었다. 응? 박무현은 ...
그러니까, 그냥 흔한 사고였다. 비싸게 지은 만큼 구석구석 활용하려고 한 해저기지 설계의도와 호기심 많은 신입 치과의사와 책임감 넘치는 엔지니어 팀장이 한 자리에 모여있을 때 벌어질 법한. “정말 죄송합니다….”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박무현이 모기처럼 작아진 목소리로 사과했다. 신해량이 담담하게 말했다. 말할 때마다 상대의 입에서 흘러나왔을 숨의 온...
어바등 해량무현 신간 및 구간과 마블mcu 토르로키 구간을 통판합니다. 신간은 전연령, 구간들은 성인본이라 폼이 따로 입니다. 확인후 신청해주세요. 신간 통판폼 (1/24. 18:30~1/28. 23:30) 구간 통판폼 (1/24. 19:00~1/28. 23:30) <노을이만 아는 이야기> 아이소 신간. 방수기지. 단편집. 방수기지에서 알콩달콩(...
“저만 빼고 좋아하나봐요.” 박무현이 불쑥 중얼거린 말에 신해량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씀이냐, 시선으로 묻는 표정에 박무현은 신해량의 무릎을 손으로 가리켰다. “바다요. 이전에는 무진이 곁에 착 붙어있더니 이제는 해량씨에게 붙어있네요.” 밥주는 건 난데. 왜지……. 박무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신해량 무릎을 방석삼아 식빵을 굽고 있는 바다를 내려봤다. 신...
“…….” 별일이네. 박무현은 눈을 깜박였다. 젖은 머리를 털던 손길이 자연스레 늦어졌다. 혹시라도 물방울이 떨어질 새라 수건으로 머리를 꾹꾹 누르며 숨소리마저 죽였다. 침대 한가운데, 먼저 샤워를 끝낸 신해량이 고른 숨소리를 내며 누워있었다. 그뿐이라면 새삼스러울 풍경은 아니었지만, 항상 잠자는 숲속의 미녀마냥 곱게 손을 모으고 반듯하게 누워있던 이가 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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